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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넓은 격차 최저임금 주장, '노동계 퇴장' 최저임금위 파행

‘노동계 시급 12,210원, 경영계 9,61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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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023년 6월27일 열린 제8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저임금위원회는 6월27일 열린 제8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에서 양측간의 격차를 줄이지 못한 채 노동계의 집단 퇴장으로 파행을 맞았다. 이와 더불어 노동계가 추천한 근로자위원 후보를 고용노동부가 제청 거부하면서 노동계가 회의 보이콧을 선언했는데, 내년도 최저임금 법정 심의 기한이 불과 이틀 앞으로 다가온 상황이라 사실상 올해도 기한 내 심의 의결은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이날 회의는 근로자위원 8명 전원 퇴장 후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총 18명만 참석한 상태에서 진행됐다.

 

노동계의 보이콧은 이른바 '금속노련 사태'로 6월 2일 구속된 김준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 금속노련 사무처장 해촉에서 촉발됐다.

 

김 사무처장은 최임위 근로자위원이기도 한데, 그가 구속되면서 최임위 표결시 노사공 동수가 깨진 상황이다. 이에 최임위는 대리 표결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최임위 운영규칙을 개정하려고 했으나, 고용노동부는 돌연 김 사무처장을 "품위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해촉하고 재위촉 절차에 들어갔다. 최임위 위원에 대한 정부의 직권해촉은 사상 처음이다.

 

노동계는 대체 후보로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을 추천한 상태인데, 고용부는 두 사람이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망루 농성을 벌이다 체포된 '공동정범'이라고 하면서 김 위원장에 대한 임명 제청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얼마 남지 않은 법정 심의 기한 내 최저임금 수준 논의에 최선을 다하려고 했지만, 정부의 비상식적인 노동 탄압 폭거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더는 회의 참석이 어렵다"며 "앞으로 참석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다"고 보이콧 의사를 밝혔다.

 

이어 "신규위원 추천과 관련해 한국노총이 재추천한 김 위원장이 김 사무처장과 '공동불법행위자'라는 대단히 무례하고 자의적인 해석으로 신규위원으로의 위촉을 또다시 거부했다"며 "비상식적인 고용노동부의 행태 앞에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분노와 허탈감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박희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도 "이런 상황에서 과연 제대로 심의가 진행될 수 있을지, 형식적으로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짜인 구도에서 심의가 진행이 돼야하는 것인지 반문해 보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후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이들에게 회의 참여를 두 차례 요청했으나 끝내 복귀하지 않아 공익위원과 사용자위원 18명만이 참여한 회의가 진행됐다.

이날 경영계는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올해와 동일한 시간당 9620원으로 제시했다. 이들은 지난 회의에서 '업종별 차등적용'이 부결됐으니,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사용자위원 간사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지급주체의 지불능력과 최저임금법에 있는 4가지 심의 기준을 살펴볼 때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인상하기 어렵다는 게 저희들 판단"이라며 "업종별 구분 없이 모든 사업장이 반드시 지켜야 할 단일 임금을 정하는 만큼, 내년 최저임금 수준은 지불능력이 가장 어려운 업종에 맞춰서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동생산성과 최근 최저임금 인상률을 비교하면서 "2018년에서 2022년까지 지난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41.6%에 달하는 반면 동기간 1인당 노동생산성은 0.2%, 시간당 생산성은 5.4% 증가에 그치고 있어 최저임금 인상요인을 찾을 수가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사용자위원인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최저임금을 높은 수준으로 인상하면 저임금 근로자 상당수는 최저임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역설이 초래된다"며 "신규 채용 기피 요인으로도 작용해 은퇴한 고령자나 저소득 청년층 구직자, 비경제활동 여성 등에 대한 임금소득 창출 기회가 제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저임금우원회는 노사가 각각 제시한 요구안의 차이를 줄여나가는 방식으로 협의하는데, 노사간 입장차가 큰 상황이라 원만한 협상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노동계는 지난 회의에서 최초 요구안으로 올해보다 26.9% 높은 시간당 1만2210원을 제시한바 있다.

 

현행법상 최저임금 심의는 고용부 장관의 심의 요청 이후 90일 이내에 심의를 마쳐야 한다. 이정식 장관이 3월 31일 최임위에 심의 요청을 보냈기 때문에 최임위는 이달 29일까지 심의·의결을 마쳐야 한다.

 

하지만 1988년 제도 도입 이후 최저임금 심의가 법정 기한을 지킨 사례는 단 9번뿐이다. 정부가 심의 기한을 법적으로 강제나 제재가 없는 일종의 '훈시규정'으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법적으로는 고용장관의 심의 요청 이후 90일 이내에 심의를 마치지 않아도 제재를 받지 않는 구조인 것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고용장관의 내년도 최저임금 최종 고시 전 이의제기 등 행정 절차에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해 7월 중순까지 심의를 계속하는 '늑장 심의'가 일종의 관행으로 자리잡아왔다.

 

노사간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입장차가 큰 데다 최임위원 재위촉 문제까지 겹치면서 올해 심의도 사실상 기한 내 심의 의결은 어려워진 상황이다.

 

최임위는 오는 2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9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 논의를 다시 이어갈 방침이다.

​[기사입력: 강세호 발행인  입력시간: 2023년 6월 28일  오후 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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