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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문학관] 황순원의 소나기 - 제1막 '징검다리에서 만난 소녀'

[VR영상]VR문학관 - 황순원의 소나기 제1막 '징검다리에서 만난 소녀'  360도 영상입니다.

 ‘황순원의 소나기’ 소개

 

장기요양기관 이용하시는 어르신들 안녕하세요?

 

브이알힐링공방이 새롭게 시작하는 브이알 문학관, 첫 번째 순서는 황순원의 소나기입니다.

 

소나기는 1952년 신문학에 발표한 단편 소설로 원래 제목은 소녀입니다. 시적이고 서정적인 경향이 뚜렷이 나타나는 황순원의 대중적으로 알려진 작품 중의 하나로서, 대한민국의 중학교 2학년 국어교과서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소나기의 주제는 소년과 몰락해 가는 양반 집인 윤초시 댁 증손녀인 소녀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소녀는 가족과 함께 양평읍으로 이사 가기 직전에 소나기를 맞은 후유증으로 중병을 앓아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소나기는 첫사랑을 주제로한 가장 아름다운 소설로 우리 어르신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기록되고 있습니다.

 

경기도 양평군에서는 서종면 수능리에 소설 소나기를 기념하는 황순원문학관과 소나기마을을 조성했고, 2009년 문을 열었습니다.

 

VR문학관 소나기는 소년과 소녀의 아름다운 첫사랑을 개울가에서 만남부터 시작하여 설렘, 소나기, 세상을 떠나기까지를 제1막 징검다리에서 만난 소녀, 제2막 들녘끝까지 간 소풍, 제3막 소나기를 피하다, 제4막 이별의 예고, 제5막 소녀의 죽음 으로 구성하였습니다.

 

어르신들, 젊은 시절에 누구나 아름다운 첫사랑의 기억을 가지고 계시지요? 그 아름다은 추억을 회상하면서 삶의 행복을 느껴 보십시오.

 

함께 감상하시는 VR영상은 경기도 양평의 소나기 마을을 배경으로 하였습니다. 이제 제1막 징검다리에서 만난 소녀 시작하겠습니다.

 

제1막 징검다리에서 만난 소녀

 

소년은 개울가에서 서울에서 전학 온 소녀를 보았습니다.  소녀는 개울에다 손을 잠그고 물장난을 치고 있었습니다. 서울서는 이런 개울 물을 한번도 보지 못한 듯 물장난을 치고 있었습니다. 벌써 며칠째 소녀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물장난을 쳤습니다.

 

그런데, 어제까지 개울 기슭에서 하더니, 오늘은 징검다리 한가운데 앉아서 하고 있었습니다. 소년은 소녀가 비키기를 기다리며 개울둑에 앉아 버렸습니다. 마침 지나가는 사람이 있어, 소녀가 길을 비켜 주었습니다.

 

다음 날은 좀 늦게 개울가로 나왔습니다. 이 날은 소녀가 징검다리 한가운데 앉아 세수를 하고 있었습니다. 분홍 스웨터 소매를 걷어 올린 목덜미가 마냥 희었습니다. 한참 세수를 하고 나더니, 이번에는 얼굴을 비추어 보듯이 물 속을 빤히 들여다 보고 있었습니다. 고기 새끼라도 지나가는 듯 갑자기 물을 움켜 냅니다. 소녀는 소년이 개울둑에 앉아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냥 날쌔게 물만 움켜 냅니다. 그러나, 번번이 허탕입니다. 그대로 재미있는 양, 자꾸 물만 움켜냅니다. 어제처럼 개울을 건너는 사람이 있어야 길을 비킬 모양입니다.

 

그러다가 소녀가 물 속에서 무엇을 하나 집어 들었습니다. 그것은 하얀 조약돌이었습니다. 그리고는 벌떡 일어나 팔짝팔짝 징검다리를 뛰어 건너갔습니다. 다 건너가더니만 홱 이리로 돌아서며, “이 바보.” 라고 소리쳤습니다. 소녀는 가지고 있던 조약돌을 소년에게 던졌습니다.

 

소년은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섰습니다. 단발 머리를 나풀거리며 소녀가 막 달려갑니다. 갈밭 사잇길로 들어섰습니다. 뒤에는 청량한 가을 햇살 아래 빛나는 갈꽃뿐이었습니다. 이제 저쯤 갈밭머리로 소녀가 나타나리라 생각했습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대도 소녀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상당한 시간이 지나자 저 쪽 갈밭머리에 갈꽃이 한 옴큼 움직였습니다. 소녀가 갈꽃을 안고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유난히 맑은 가을 햇살이 소녀의 갈꽃머리에서 반짝거렸습니다. 소녀 아닌 갈꽃이 들길을 걸어가는 것만 같았습니다. 소년은 이 갈꽃이 아주 뵈지 않게 되기까지 그대로 서 있었습니다. 문득, 소녀가 던지 조약돌을 내려다보았습니다. 물기가 걷혀 있었습니다. 소년은 조약돌을 집어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다음 날부터 소녀는 학교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소년은 개울가에 나가 소녀를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소녀의 그림자가 뵈지 않았습니다. 소녀의 그림자가 뵈지 않는 날이 계속될수록 소년의 가슴 한 구석에는 어딘가 허전함이 자리 잡는 것이었습니다.

 

주머니 속 조약돌을 주무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그러한 어떤 날, 소년은 전에 소녀가 앉아 물장난을 하던 징검다리 한가운데에 앉아 보기도 하고, 물속에 손을 잠가보기도 했습니다. 세수를 하고, 물속을 들여다 보기도 했습니다. 소년은 검게 탄 얼굴이 그대로 비치것을 보고 싫었습니다. 소년은 두 손으로 물 속의 얼굴을 여러 차례 움키었습니다.

 

그러다가 소녀의 모습이 개울물에 비치었습니다. 소녀가 어느새 징검다리를 건너 내옆에 다가온 것입니다. 소년은 소녀가 와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숨어서 내가 하는 일을 엿보고 있었구나.’ 소년은 무안해서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디딤돌을 헛디뎠습니다. 한 발이 물 속에 빠졌지만 계속해서 달렸습니다.

 

소녀가 안보도록 몸을 가릴 데가 있어 줬으면 좋겠지만, 이 쪽 길에는 갈밭도 없었습니다. 온통 메밀밭 뿐이었습니다. 메밀꽃 냄새가 짜릿하게 코를 찌른다고 생각되자 미간이 아찔해지면서 코피까지 흘러내렸습니다. 소년은 한 손으로 코피를 훔쳐내면서 그냥 달렸습니다. 어디선가 소녀가 ‘바보, 바보’ 하고 말하면서 소년을 뒤따라오는 것 같았습니다.

​[기사작성: 강세호 발행인, 기사입력시간: 2021.8.25, 오전 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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