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피아온라인  시민탄원

​인간미 실종 강요와 탁상행정으로 죽어가는 장기요양기관 현장

“노인복지 정책 후퇴시키는 탁상행정, 복지사회의 적폐입니다”

위반사실 일방적 강요, 서명케 하고, 소명기회도 없이 과중한 처분 ‘논란’

한국백만인 클럽 “현실 무시한 일방적 법규 적용으로 민간시설 존폐 위기"

한민국이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가운데 우리 사회의 대표적 노인 복지정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장기요양보험 제도가 요양보호 현장의 실정을 고려하지 않는 탁상 행정 속에 오히려 ‘노인의 보호와 복지’라는 정책의 취지를 오히려 퇴색케 하고 있어 현장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장기요양분야 시민의 모임인 한국백만인클럽(회장 변경애) 및 공공정책시민감시단(총재대행 강세호) 는 8월 19일, “장기요양기관에 대한 행정절차를 무시한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조사, 현장의 사정을 청취하지 않는 기계적인 조사, 단순히 규정만 대입해 가중 처벌을 내리는 폭력적인 처분이 노인 복지 정책을 후퇴시키고 있다.”고 주장하며 ,  “보건복지부는 요양보호 현장의 이같은 문제 해결에 하루빨리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장기요양보험이 시작된 지 올해로 11년째를 맞았다. 그 동안 장기요양 서비스는 양적, 질적으로 많은 발전을 이루었지만, 11년 간 전혀 바뀌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현지조사 방법과 기지급 급여 환수, 그리고 행정 처분이다.

 

장기요양기관을 운영하는 사람 치고 현지 조사를 받아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한번이라도 현지조사를 받고 나면, 대부분의 기관장들이 ‘다시는 장기요양기관을 운영하지 않고 싶다’고 토로한다.

부당청구 등 부정수급이 의심되어 지방자치단체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행정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당연히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현지조사의 기본이 되는 행정절차법을 무시한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조사방법에 있다.

 

사전 예고도 없이 나오는 현지조사, TV 속 검찰조사처럼 자료를 싹 쓸어가거나, 공식 문서도 아닌 메모 한장을 트집잡아 처벌을 강행하기도 한다. 영문을 모르는 종사자들에게 공단이 불러주는대로 위법 사실을 쓰라고 압박하고, 서명을 하지 않는 경우 검찰 고발 등 더 큰 피해를 당할 수 있다가 위협하는 것은 마치 당연한 듯 자행되는 행동들이다.

 

예를 들어 직원의 월 근무 시간이 1시간만 모자라도 해당 월에 그 직원이 전혀 일하지 않은 것으로 판정해 수급한 보험료를 환수해가고, 그렇게 책정된 회수금을 기준으로 한달 두달 씩 영업정지를 내리기 일수다.

모든 법과 규정이 현장의 상황을 100% 반영할 수 없기에 장기요양기관의 업무 처리가 규정에 기계적으로 대입하면 위반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럴 경우, 왜 그렇게 처리를 했는지를 확인하고, 정확한 설명을 듣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 다음에 해당 요양원이 입소한 노인을 잘 케어하기 위해 취한 조치였는지 법을 위반하며 수익을 얻기 위한 행위였는지를 판단해서 처벌을 내리는 것이 누가 봐도 상식적인 행정조치일 것이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지자체의 해당 부서는 그런 과정을 일체 무시해 버린다. 해당 시설이 노인을 잘 케어했든 말든, 규정에 어긋날 부분이 있을 것을 예상하면서도 노인 복지를 우선으로 생각해 그런 조치를 했든 말든 규정을 기계적으로만 대입하는 것이 오늘날의 복지 행정이다.

 

단순한 행정상의 실수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공무원들의 이런 기계적 현장 조사 및 처벌 조치는 마치 처벌 거리가 생겼는데, 사정을 들어보면 처벌을 내릴 수가 없을까 걱정되어, 어떤 설명이나 해명을 듣는 과정 없이 후다닥 처벌을 내리려는 것처럼 생각되기까지 한다. 초범, 재범, 고의성 등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거의 모든 규정 위반에 생존을 위협할 정도의 처분이 내려진다.

이 때문에 장기요양기관의  운영자 60% 이상이 장기요양보호 사업에서 탈출할 것을고민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장기요양기관들이 현장과 괴리된 이 같은 행정을 시정해줄 것을 보건복지부에 수없이 건의했지만, 보건복지부는 말이 없다. 심지어 국민권익위원회가 이 같은 문제의 시정을 권고했지만, 보건복지부는 이 마저도 무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장기요양보호 현장의 탁상 행정 및 그에 따른 일방적 처벌이 장기요양기관을 존폐 위기에 빠트리고 있음은 몇몇 사례에서도 잘 드러난다.

사례소개

 

사례 1: 안양에 있는 H요양원은 노인요양시설과 노인주간보호센터를 병행하여 운영하고 있다. 마침 노인요양시설의 방이 비어 있어, 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하는 어르신들이 낮잠을 주무실 때 노인요양시설의 방에 잠시 쉬도록 했다는 이유로 현지조사에서 지적되어 보험금 환수와 행정 처분을 받기도 했다.

 

사례 2: 재가방문요양을 운영하는 속초의 K재가센터에서는 보호자와 수급자의 요청으로 경우에 따라 어르신이 일하고 있는 장애인 단체 사무실을 방문하여 서비스를 한 것이 위반이라고 하여 환수와 행정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행정소송을 통해 위반이 아니라는 판정을 받았다.

 

사례 3: 진주의 P요양원은 노인요양공동생할가정과 주간보호센터를 병행 운영하는 기관이다. 낮에 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하는 어르신을 저녁에 집에 모셔다 드리면, 보호자가 집에 없는 날이 많아 다시 몰래 기관을 방문하는 경우가 있었다.  너무 시간이 늦고 기상이 좋지 않을 때 몇차례 주간보호센터에서 잠을 자게 한 것이 위반 사항으로 지적되어 처분을 받았다.

 

이 밖에도 어르신에게 피해를 주거나 금전적인 손실을 끼친 사실이 없이, 오로지 돌봄 서비스에 최선을 다하려다 규정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사례는 무수히 많다.  최근 양주 행복한 마을 요양원에서 있었던 사례도 눈 여겨 볼만하다.

 

경기도 양주시 행복마을 요양원 원장의 탄원문

 

저희는 2015년 3월 전 재산을 털어 행복마을요양원을 개원하였습니다. 가족들의 돌봄을 받을 상황이 못 되고, 몸이 불편해 혼자서는 생활 및 건강을 유지하실 수 없는 어르신들을 돌보아 드리는 일에 저희의 남은 생을 쓰고 싶다는 오랜 꿈을 실행에 옮긴 것입니다.

서툴고 부족한 점이 많아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도 열심히 시설을 운영하던 저희는 2017년 8월 갑자기 현지조사를 받게 되었고, 그 결과 ‘장기요양보험료 부정 수급’이라는 날벼락 같은 판정으로 무려 40일의 영업정지를 당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날벼락 같은 ‘영업정지 40일’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저희 행복마을요양원에 이처럼 중한 처벌이 내려진 이유는 입소자가 야간에 자주 외박을 했음에도 종일 케어로 요양보험을 신청, 수령했다는 것입니다.

 

저희 요양원에 계시던 김태숙 어른은 슬하에 8남매를 두고 있지만, 자녀들이 어머니를 돌볼 수 없는 형편이고 본인께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의 집에 거주하기를 고집하셔서 장기간 혼자 생활해오고 계셨습니다.

  그런 탓에 영양 상태가 매우 부실해 각종 질병·부상에 시달려 왔고, 걸음도 겨우 걸으실 정도였습니다. 어른께서는 요양원이 개원하던 날부터 줄곧 놀러 오셨는데, 오실 때마다 아무 조건 없이 식사와 간식을 대접하고 목욕을 시켜드렸습니다.  어르신의 상황을 고려해 요양원과 집을 오가며 케어했습니다!

그런 날들이 이어지자 김태숙 어른께서는 “집에 가면 썰렁하고 무섭다.”고 하시며 밤 늦은 시간까지 요양원에 머무시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요양원에 정식 입소한 분이 아니셨기에 이·미용, 목욕, 식사를 모두 시설장의 사비로 대접했고, 가끔 새 옷과 신발을 사 드리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요양원에 계시는 시간이 많아지자 요양원에 입소하실 것을 권했지만, 김태숙 어른이 잠은 무조건 집에서 자야 한다고 고집을 피우시고 몸이 많이 안 좋으신 날 집에 못 가시도록 막으면 엄청나게 흥분하시곤 해서 강제로 붙잡아 둘 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르신이 댁에서 혼자 식사하시는 모습을 본 뒤로 ‘도저히 어르신을 혼자 둘 수 없다.’는 마음이 굳어졌습니다. 신우신염을 앓고 있어 맵고 짠 음식을 드실 수 없는 어르신께서 오직 오이지 국물만 놓고 밥을 드시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길로 김태숙 어르신의 등급 신청을 하였고, 이후 4개월 간 온 마음을 다해 어르신을 케어하였습니다. 물론 집에 가서 주무시는 것은 막을 재간이 없었습니다. 강제로 막을 경우 어르신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김태숙 어르신께서는 4개월의 기간 중 절반 정도를 집에서 잠을 주무셨습니다.

 

99% 밀착케어하고 ‘온일수가’를 신청했습니다!

김태숙 어르신께서 생활하신 이 4개월 간의 요양보험료를 ‘온일수가’로 청구해서 받았는데, 공단은 이 기간을 몽땅 ’외박‘으로 판정해 영업정지 40일을 결정했습니다.  저희는 하루 중 99% 이상을 최선을 다해 케어했습니다. 밤에 김태숙 어르신께서 집으로 가실 때는 반드시 제가 동행했고, 집에 따라 가서 잠자리를 봐드렸고, 아픈 곳이 많아 쉽게 잠들지 못하시는 어르신께서 완전히 숙면에 드실 때까지 곁을 지켰습니다.

 

살고 계시는 집을 수시로 청소하고, 침구류를 세탁하는 것도 제가 하는 일이었습니다. 댁에서 주무시다가 갑자기 몸 상태가 나빠지셨을 때 병원에 모시고 가서 치료를 받으시도록 하고 다시 모셔오는 일 역시 저희의 몫이었습니다. 그런 일이 있고부터는 새벽에 들러 문제는 없는지 확인도 하였습니다. 이것은 외박일까요? 밀착 케어일까요?

조건이 안 맞으면 노인을 외면하는 것이 장기요양보험의 취지입니까?

김태숙 어르신은 어느 모로 보나 요양원에서 24시간 밀착 케어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다만, 댁에 가서 주무시려 한다는 것이 유일한 문제였습니다.

가족들이 돌볼 수 없는 형편의 노인이 이런 조건일 때는 그냥 내버려둬야 하는 것입니까? 노인의 삶과 건강이 위태로워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규정과 100% 맞지 않으니 모른척하는 것이 장기요양보험 제도의 취지이고, 우리 사회가 노인을 보호하는 원칙입니까?

 

양주 행복마을요양원에 현지조사를 나온 건강보험공단 직원들은 요양원 원장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합니다. “어쨌든 밖에서 잔 것은 맞지 않느냐?” 그들은 시설장에게 김태숙 어르신을 잘 케어했냐고 물은 것입니까? 아니면, 처벌을 내릴 꺼리가 있는지를 물은 것입니까? 그들의 그 질문은 결국 “김태숙 노인을 모른 척하지 왜 오지랖을 부려서 법을 어겼느냐?”고 질책하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양주 행복마을요양원을 떠나 요양병원에 강제입원한 김태숙 어르신께서는 입원 2주만에 숨을 거두셨습니다.

 

이것이 장기요양 현장의  현실입니다. “밖에서 잔 것은 맞지 않느냐?”고 하는 그 질문에 노인요양보험 제도의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해서, 어르신들을 더욱 촘촘히 케어하겠다는 마음은 있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규정에 조금 어긋날지라도 위기에 빠진 노인을 잘 케어하는 것이 복지국가의 상식적인 정책일 것이다. 현지조사와 처벌도 그 같은 원칙에 입각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보건복지부는 기계적이고 강압적인 행정으로 장기요양기관에 내려진 부당한 처벌을 당장 거두어들여야 한다. 그리고 현실에 맞게 현지조사와 평가의 기준을 바꾸어야 할 것입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시정 요구 권고를 했다는 것은 현재의 행정이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향상시키는 데 반하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한국백만인클럽 변경애 회장은  “건강과 삶이 위기에 빠진 노인들이 보다 촘촘한 케어를 받을 수 있고, 장기요양기관 운영자와  그 종사자들이 기계적인 행정 처분의 희생양이 될까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노인들을 돌보아 드릴 수 있도록 현지조사 및 행정 처분의 기준이 보다 현장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노인복지 정책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사 작성: 송재혁 기자, 기사 입력시간: 2019년 8월19일 오후 6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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