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노인회법안 회기 종료 자동폐기
양치기 노인의 빈수레가 된 김호일 회장의 선거공약
제22대 국회에서 다시 법안 상정하겠다고 벼르는 대한노인회 회장
절대 재상정 허용하지 않겠다는 시민연대
김호일 회장의 재선행보에 켜진 빨강불
[사진] 5월 28일 오후 제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끝난 뒤 국회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대한노인회법안은 21대 국회에서 3번 발의됐으나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 심사 단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모두 자동폐기 됐다.
출처 : 백세시대(http://www.100ssd.co.kr)
노인복지 전문신문 백세시대는 6월14일 기사에서 '5월 28일 제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막을 내리면서, 김호일 회장이 취임 이래 3년7개월 넘게 부르짖어 온 ‘대한노인회법안’이 결국 자동폐기 됐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제22대 총선이 종료된 뒤에도 5월 임시국회에서 관련법의 통과를 장담했지만,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도 되지 못한 채 끝이 났다.
김 회장은 2020년 10월 제18대 대한노인회장에 출마하며 ▷각급 회장 판공비 향상 지급 ▷전국에 ‘노인문화건강증진센터’ 건립 ▷대한노인회 법정단체로 승격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세 가지 공약은 ‘대한노인회법 제정’이라는 하나의 그릇에 담겼고, 대한노인회법은 김 회장의 제1호 공약이자 모든 것이 되고 말았다.
지역 노인회 회장들은 “대한노인회법 무산으로 김 회장은 4년 동안 아무 것도 한 게 없다”며 “공약을 하나도 실천하지 못했고 대한노인회 위상 추락과 노인회 갈등만 조장했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노인회법에 집착한 4년
김 회장은 연합회장‧지회장의 업무추진비(활동비)가 열악하고 당시 대부분의 경로당 회장들이 활동비를 받지 못하고 있는 점에 착안해 ‘각급 회장 판공비 향상 지급’으로 대의원들의 표심을 파고들었고, 회장에 당선되자 이 사안에 전부를 걸다시피 매달렸다.
간담회에서 지회장들이 직원 보수와 관련해 단일호봉제의 필요성을 건의하면, 김 회장은 “대한노인회법이 통과되면 다 해결된다”는 식의 답변을 내놨다.
그가 약속 실현에 나선다 하더라도 법 제정 과정에 상당한 기간과 진통이 필요하다는 것은 국회의원 3선(한 번은 당선무효)을 지낸 김 회장이 모를 리가 없다.
그럼에도 김 회장은 취임 후 지역별 간담회와 각종 모임, 행사에서 당장이라도 판공비가 월 100만원 이상 지급될 것처럼 호언장담을 하고 다녔다. 이를 액면 그대로 믿은 일부 지역 회장들은 김 회장에게 “언제 업무추진비를 줄 것인지” 계속 채근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김 회장은 취임 첫 해인 2020년 12월 말, 새해까지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연내 활동비 입금”이라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이후 ‘언제까지 주겠다’는 말은 김 회장의 단골 멘트가 됐고, 약속의 불발은 거듭됐다.
약속 이행이 ‘발등의 불’이 되자 김 회장은 대한노인회법 입법화를 위한 국회 로비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2011년 제정된 ‘대한노인회 지원에 관한 법률’이 이미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정단체와 업무추진비 확보 등을 목표로 대한노인회법 제정을 위해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기에 이른다.
법안 네 차례 발의
대한노인회법안은 2021년 5월 국민의힘 김태호 의원 등 19인(김태호법)에 의해 발의됐다. 김 회장의 첫 번째 성과물인 셈이다.
하지만 김태호법은 65세 이상 모든 노인을 대한노인회 회원으로 가입시킨다는 조항에서부터 노인문화건강증진센터 건립, 각급 회장에 직무수행 경비 지급 등의 핵심 내용들이 사회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대한노인회를 특수법인화 하는 것이 사회 형평성과 배치된다는 점을 간과한 채 쫓기듯 입법화에 나선 것이 화를 불렀지만, 김 회장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김태호법이 좌초되자, 2023년 3월엔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 등 61인(김원이법)이 같은 이름의 법을 발의했다. 김원이법은 65세 이상 당연 가입 조항을 삭제하는 등 김태호법을 일부 보완하려 했으나 역시 시민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넘어서지 못했다.
김원이법은 활동비 지원 면에서 김태호법에 비해 상당히 후퇴한 것이다. 비용 추계서에 의하면 연합회장‧지회장 활동비가 100만원이 아니라, ‘연합회장 40만원‧지회장 15만원’이다. 그런데도 김 회장은 이렇게 달라진 점을 쏙 빼놓고 “국비 100만원, 지방비 100만원을 합쳐 200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허위발언을 일삼았다.
김원이법 역시 국회 통과는 언감생심이었다. 그러자 2023년 12월 더불어민주당 김영주의원(후에 더불어 민주당 탈당하여 국민의힘으로 당적 옮김) 내세워 세번째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명칭은 '노인복지법 일부개정안'이었다. 김호일 회장이 핵심으로 생각하는 '노인문화건강증진센터를 노인복지법상 노인여가시설에 포함시킨다'는 내용이었다. 이 법안도 2024년 4월10일 총선을 앞두고 국회 의정 일정상 여의치 않아 별 관심을 두지 않아 진전이 없었다.
이에 마지막 카드로 보건복지부 앞장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로 '대한노인회 지원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 카드의 기본안을 만들어 국민의힘 강기윤의원이 대표발의하게 했다.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 등 10인이 2024년 2월 6일 발의한 대한노인회 지원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은 그동안 주장해온 업무추진비, 노인문화건강증진센터 건립, 각종 수익사업 등을 싹 지운 대신 ‘대한노인회 특수법인화’에만 방점을 찍은 법안이다. 노인문화건강증진센터는 2024년 1월 18일 김영주 의원(당시 민주당)이 발의한 노인복지법 일부개정안에 별도로 넣는 방법을 썼다.
국회에서 노인문화건강증진센터 설립 조항을 빼자는 말이 나올 때, 김 회장은 “그러면 ‘앙꼬 없는 찐빵’이 된다.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해왔는데, 김원이법 통과가 어렵게 되자 슬쩍 후퇴한 것. 하지만 이마저도 결국 불발됐다.
드러난 김호일의 허풍과 거짓
아무리 좋은 내용의 법안이라 하더라도 국회 문턱을 넘어서기까지는 큰 진통이 불가피하다. 대한노인회법은 출발부터 사회 형평성 논란을 부른 만큼 결정적 약점을 지니고 있었지만, 김 회장은 ‘곧 통과된다’는 허언을 서슴지 않았다.
김 회장의 호언장담 퍼레이드는 큰 줄거리만 따져도 ▷김태호법 조기 통과 ▷김태호법 2023년 3월 통과 ▷김원이법 6월 통과 ▷김원이법 정기국회(9월) 통과 ▷강기윤법 2024년 2월 통과 ▷강기윤법 5월 통과 순으로 이어졌다.
자신의 호언장담을 뒷받침하기 위해 “당 대표가 통과시킨다고 약속했다”, “법안심사소위원장과 보건복지위원장을 만났는데 통과시킨다고 하더라” 등 믿을 수도 믿지 않을 수도 없는 말들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A지회장은 “맨날 거짓말로 ‘법이 통과된다’고 말했는데, 이는 좋게 보아서 ‘장밋빛 희망’이지 사실은 ‘희망고문’이자 대한노인회 구성원들을 속이는 행위에 불과했다”고 쏴붙였다.
B연합회장은 김 회장에 대해 “4년 동안 아무 것도 한 것이 없고 노인회를 이리 갈라놓고 저리 찢어놓고 했으니 양심이 있다면 스스로 포기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지금도 4년 전에 공약했던 것을 끄집어내 다시 제시하며 노인회장 재선에 나서겠다고 헛소리를 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한편 대한노인회법안 철회 촉구에 앞장서온 공공정책시민감시단(총재 강세호)은 “김호일 회장의 선거공약을 담은 4개의 법안 자체가 대한민국의 일반 노인을 위한 법안이 아니고 대한노인회 각급회장의 직책수당을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하기 위한 법이란 점에서 많은 질타를 받았다”며 “법안의 폐기는 김 회장과 학연‧지연으로 얽힌 국회의원들, 편향된 자세로 비호해온 복지부 그리고 부도덕한 김호일 회장에 맞서 대한노인회의 정상화를 촉구하면서 싸워온 시민정신의 승리”라고 말했다.
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장(대한노인회법안 철회촉구 시민연대 대표)은 “법안이 통과되지 않고 폐기된 것은 당연한 결과”라며 “우리는 NGO(비정부기구)로서 부당한 시도가 관철되지 않도록 제22대 국회에서도 의원들이나 담당 부처 관리들에게 (실상을 알리는 데) 모든 역량을 쏟겠다”고 밝혔다.